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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인사이트] 글로벌 선두기업은 왜 '자신만의 칩'을 만들기 시작했나	2025-11-24 10:21
해외 응용특화 반도체 시장은 한마디로 '자기 서비스에 딱 맞는 칩을 직접 설계하는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미국 빅테크와 통신 칩 강자들이 앞장서고, 대만·한국 기업들이 특정 분야에서 강한 존재감을 보태는 구조입니다. AI, 5G, 데이터센터 같은 핵심 인프라에서　범용 칩 대신 '용도 맞춤형 칩(ASIC·SoC·FPGA)'을 쓰는 흐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 엔비디아, 'AI 전용 엔진'을 직접 만드는 회사 엔비디아(NVIDIA)는 원래 그래픽용 GPU 회사였지만, 지금은 AI 학습·추론에 특화된 GPU를 설계하는 대표적인 주문형 반도체 기업이 됐습니다. 최신 H100 같은 칩은 TSMC의 CoWoS 패키징 기술을 통해 GPU 옆에 HBM(고대역폭 메모리) 칩들을 바짝 붙여서 하나의 'AI 전용 모듈'로 만들어 냅니다. 이런 조합은 대규모 생성형 AI 모델을 돌리기에 최적화된 구조라 클라우드·데이터센터에서 사실상 표준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즉, 엔비디아는 '누구나 쓰는 만능 칩'이 아니라 AI용 '레이싱 엔진'을 따로 개발해 파는 회사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 인텔·AMD, CPU 회사에서 'AI 가속기 전문 회사'로 변신 인텔(Intel)은 서버용 CPU뿐 아니라 가우디(Gaudi)라는 AI 가속기 전용 칩을 별도로 설계하고 있습니다. 최신 Gaudi 3는 기존 제품보다 연산 성능과 메모리 대역폭을 크게 높여 데이터센터에서 AI 학습·추론을 더 싸고 효율적으로 돌리게 해주는 걸 목표로 합니다. AMD는 인스팅트(Instinct) MI 시리즈라는 데이터센터용 GPU로 엔비디아를 직접 추격하고 있습니다. 이 라인은 게임용 GPU가 아니라, 생성형 AI·슈퍼컴퓨터(HPC)에 특화된 주문형 칩 라인입니다. 여기에 AMD가 자일링스(Xilinx)를 인수하면ㅎ서 상황에 따라 기능을 바꿀 수 있는 칩(FPGA·어댑티브 SoC) 기술까지 손에 넣게 됐습니다. 이 덕분에 AMD는 클라우드나 통신장비 같은 분야에서 '필요할 때 회로를 바꿔서 바로 쓰는 칩'까지 제공할 수 있게 돼 제품 폭이 훨씬 넓어졌습니다ㅣ. 즉, 인텔·AMD 모두 CPU만 만드는 회사에서 AI와 특정 워크로드에 딱 맞춘 전용 칩을 함께 설계하는 회사로 변신 중입니다. ◇ 퀄컴·미디어텍, 스마트폰·자동차·IoT에 들어가는 '맞춤형 두뇌' 퀄컴(Qualcomm)과 미디어텍(MediaTek)은 우리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태블릿·스마트 기기 안의 응용특화 반도체를 대표합니다. 퀄컴은 스냅드래곤(Snapdragon)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5G 모뎀을 한 데 묶어, 스마트폰뿐 아니라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커넥티드카, 사물인터넷(IoT) 기기까지 겨냥한 맞춤형 SoC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미디어텍은 디멘시티(Dimensity) 시리즈를 통해 중저가부터 플래그십까지 5G·AI·카메라 기능이 통합된 칩을 만들어 가성비 좋은 스마트폰 브랜드들의 '숨은 뇌' 역할을 합니다. 스마트폰 한 개 안에도, 통신·카메라·게임·AI 기능이 모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이들 회사는 "해당 기기에서 어떤 경험을 줄 것인가"에 맞춰 칩 설계를 세밀하게 최적화합니다. 이것 역시 전형적인 응용특화 반도체 전략입니다. ◇ 브로드컴·마벨, 인터넷 고속도로 전용 칩 브로드컴(Broadcom)과 마벨(Marvell)은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데이터센터와 통신망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칩(스위치 ASIC) 분야의 강자입니다. 브로드컴은 데이터센터 스위치용 이더넷 ASIC, 통신용 맞춤형 칩 등을 통해, 막대한 트래픽을 전송할 수 있는 전용 칩을 공급합니다. 이런 칩이 있어야 클라우드·AI 데이터센터의 '정보 고속도로'가 버티는 구조입니다. 마벨은 5G 안테나, 클라우드 서버, 저장장치 같은 곳에 들어가는 맞춤형 칩(ASIC)을 고객사와 함께 설계합니다 그래서 고객이 "이 정도 속도·전력·가격이면 좋겠다"고 요구하면, 그 조건에 딱 맞춘 '주문제작 칩'을 만들어주는 방식입니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일반용이 아니라 '초고속 네트워크 장비용'으로만 쓰이는 칩을 대량 설계·생산한다는 점입니다. 이것도 주문형 반도체의 대표 사례입니다. ◇ 자일링스(현 AMD), 필요할 때 회로를 바꿀 수 있는 칩 자일링스(Xilinx)는 오랫동안 FPGA(현장에서 회로를 재구성할 수 있는 칩)와 어댑티브 SoC로 유명했습니다. 5G 기지국, 방송장비, 항공·국방, 금융 트레이딩 시스템처럼 표준 칩이 없거나 자주 규격이 바뀌는 분야에서 많이 쓰였습니다. 이제는 AMD에 인수돼 고성능 GPU와 재구성 가능한 FPGA 조합으로 AI·통신·엣지 디바이스까지 겨냥한 응용특화 플랫폼을 만들고 있습니다. "바뀌는 표준·알고리즘에 맞춰 칩을 유연하게 바꿔 쓰고 싶다"는 수요를 겨냥한 전략입니다. 글로벌 선두 기업들의 공통점은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핵심 서비스·제품에 들어가는 칩은 남이 만든 범용품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2. AI·통신·데이터센터·모바일 등 각 시장에 맞춘 전용 아키텍처를 설계해 성능·전력·비용을 동시에 최적화한다. 3. 칩을 단순 부품이 아니라, 자사 비즈니스를 차별화하는 '전략 자산'으로 본다. 국내 기업들이 모두 자신만의 AI 칩을 당장 설계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비즈니스에서 어떤 워크로드(영상·추천·검색·제조공정·통신 등)가 핵심인지, 그 부분에 주문형 반도체(ASIC·SoC·FPGA)를 어떻게 활용하면 비용 절감·성능 향상·서비스 차별화·공급망 리스크 감소를 동시에 노릴 수 있을지를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앞으로의 관건입니다. [ 이나연 기자 / nayeon@mk.co.kr ]

[CEO인사이트] 글로벌 선두기업은 왜 '자신만의 칩'을 만들기 시작했나

2025-11-24 10:21

해외 응용특화 반도체 시장은 한마디로 '자기 서비스에 딱 맞는 칩을 직접 설계하는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미국 빅테크와 통신 칩 강자들이 앞장서고, 대만·한국 기업들이 특정 분야에서 강한 존재감을 보태는 구조입니다.

AI, 5G, 데이터센터 같은 핵심 인프라에서　범용 칩 대신 '용도 맞춤형 칩(ASIC·SoC·FPGA)'을 쓰는 흐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 엔비디아, 'AI 전용 엔진'을 직접 만드는 회사

엔비디아(NVIDIA)는 원래 그래픽용 GPU 회사였지만, 지금은 AI 학습·추론에 특화된 GPU를 설계하는 대표적인 주문형 반도체 기업이 됐습니다.

최신 H100 같은 칩은 TSMC의 CoWoS 패키징 기술을 통해 GPU 옆에 HBM(고대역폭 메모리) 칩들을 바짝 붙여서 하나의 'AI 전용 모듈'로 만들어 냅니다.

이런 조합은 대규모 생성형 AI 모델을 돌리기에 최적화된 구조라 클라우드·데이터센터에서 사실상 표준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즉, 엔비디아는 '누구나 쓰는 만능 칩'이 아니라 AI용 '레이싱 엔진'을 따로 개발해 파는 회사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 인텔·AMD, CPU 회사에서 'AI 가속기 전문 회사'로 변신

인텔(Intel)은 서버용 CPU뿐 아니라 가우디(Gaudi)라는 AI 가속기 전용 칩을 별도로 설계하고 있습니다.

최신 Gaudi 3는 기존 제품보다 연산 성능과 메모리 대역폭을 크게 높여 데이터센터에서 AI 학습·추론을 더 싸고 효율적으로 돌리게 해주는 걸 목표로 합니다.

AMD는 인스팅트(Instinct) MI 시리즈라는 데이터센터용 GPU로 엔비디아를 직접 추격하고 있습니다.

이 라인은 게임용 GPU가 아니라, 생성형 AI·슈퍼컴퓨터(HPC)에 특화된 주문형 칩 라인입니다.

여기에 AMD가 자일링스(Xilinx)를 인수하면ㅎ서 상황에 따라 기능을 바꿀 수 있는 칩(FPGA·어댑티브 SoC) 기술까지 손에 넣게 됐습니다.

이 덕분에 AMD는 클라우드나 통신장비 같은 분야에서 '필요할 때 회로를 바꿔서 바로 쓰는 칩'까지 제공할 수 있게 돼 제품 폭이 훨씬 넓어졌습니다ㅣ.

즉, 인텔·AMD 모두 CPU만 만드는 회사에서 AI와 특정 워크로드에 딱 맞춘 전용 칩을 함께 설계하는 회사로 변신 중입니다.

◇ 퀄컴·미디어텍, 스마트폰·자동차·IoT에 들어가는 '맞춤형 두뇌'

퀄컴(Qualcomm)과 미디어텍(MediaTek)은 우리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태블릿·스마트 기기 안의 응용특화 반도체를 대표합니다.

퀄컴은 스냅드래곤(Snapdragon)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5G 모뎀을 한 데 묶어, 스마트폰뿐 아니라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커넥티드카, 사물인터넷(IoT) 기기까지 겨냥한 맞춤형 SoC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미디어텍은 디멘시티(Dimensity) 시리즈를 통해 중저가부터 플래그십까지 5G·AI·카메라 기능이 통합된 칩을 만들어 가성비 좋은 스마트폰 브랜드들의 '숨은 뇌' 역할을 합니다.

스마트폰 한 개 안에도, 통신·카메라·게임·AI 기능이 모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이들 회사는 "해당 기기에서 어떤 경험을 줄 것인가"에 맞춰 칩 설계를 세밀하게 최적화합니다.

이것 역시 전형적인 응용특화 반도체 전략입니다.

◇ 브로드컴·마벨, 인터넷 고속도로 전용 칩

브로드컴(Broadcom)과 마벨(Marvell)은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데이터센터와 통신망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칩(스위치 ASIC) 분야의 강자입니다.

브로드컴은 데이터센터 스위치용 이더넷 ASIC, 통신용 맞춤형 칩 등을 통해, 막대한 트래픽을 전송할 수 있는 전용 칩을 공급합니다.

이런 칩이 있어야 클라우드·AI 데이터센터의 '정보 고속도로'가 버티는 구조입니다.

마벨은 5G 안테나, 클라우드 서버, 저장장치 같은 곳에 들어가는 맞춤형 칩(ASIC)을 고객사와 함께 설계합니다

그래서 고객이 "이 정도 속도·전력·가격이면 좋겠다"고 요구하면, 그 조건에 딱 맞춘 '주문제작 칩'을 만들어주는 방식입니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일반용이 아니라 '초고속 네트워크 장비용'으로만 쓰이는 칩을 대량 설계·생산한다는 점입니다.

이것도 주문형 반도체의 대표 사례입니다.

◇ 자일링스(현 AMD), 필요할 때 회로를 바꿀 수 있는 칩

자일링스(Xilinx)는 오랫동안 FPGA(현장에서 회로를 재구성할 수 있는 칩)와 어댑티브 SoC로 유명했습니다.

5G 기지국, 방송장비, 항공·국방, 금융 트레이딩 시스템처럼 표준 칩이 없거나 자주 규격이 바뀌는 분야에서 많이 쓰였습니다.

이제는 AMD에 인수돼 고성능 GPU와 재구성 가능한 FPGA 조합으로 AI·통신·엣지 디바이스까지 겨냥한 응용특화 플랫폼을 만들고 있습니다.

"바뀌는 표준·알고리즘에 맞춰 칩을 유연하게 바꿔 쓰고 싶다"는 수요를 겨냥한 전략입니다.

글로벌 선두 기업들의 공통점은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핵심 서비스·제품에 들어가는 칩은 남이 만든 범용품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2. AI·통신·데이터센터·모바일 등 각 시장에 맞춘 전용 아키텍처를 설계해 성능·전력·비용을 동시에 최적화한다.

3. 칩을 단순 부품이 아니라, 자사 비즈니스를 차별화하는 '전략 자산'으로 본다.

국내 기업들이 모두 자신만의 AI 칩을 당장 설계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비즈니스에서 어떤 워크로드(영상·추천·검색·제조공정·통신 등)가 핵심인지, 그 부분에 주문형 반도체(ASIC·SoC·FPGA)를 어떻게 활용하면 비용 절감·성능 향상·서비스 차별화·공급망 리스크 감소를 동시에 노릴 수 있을지를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앞으로의 관건입니다.

[ 이나연 기자 / nayeon@m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