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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인사이트] 칩 워: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	2025-11-24 09:56
"반도체는 산업의 부품이 아니라 세계 권력의 언어다." 크리스 밀러(Chris Miller)의를 읽고 난 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장입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반도체를 기술 산업의 한 분야, 혹은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을 움직이는 '부품'으로 바라봤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인식을 근본부터 바꿔놓습니다. 반도체는 이제 더 이상 산업의 한 축이 아닙니다. 국가의 힘, 경제의 지속성, 군사력의 정확성, 글로벌 패권의 향방을 결정하는 핵심 자원입니다. ◇ 반도체는 왜 '새로운 석유'인가 밀러는 반도체를 '지금 시대의 석유'라고 규정합니다. 전쟁을 비롯한 군사 기술부터 일상생활의 모든 디지털 장치까지, 칩 없이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AI 기반 무기 시스템, GPS 유도 미사일, 스마트 공장, 데이터센터, 자율주행차 모두 반도체 위에서 돌아갑니다. 그럼에도 전 세계 최첨단 제조 능력은 대만·한국·미국·네덜란드 등 극히 소수 국가에 집중돼 있습니다. 이 집중도는 기술적 효율성의 산물이자 동시에 글로벌 리스크의 뇌관입니다. 한 국가의 자연재해나 지정학적 분쟁이 곧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반도체는 오늘날 어느 자원보다 전략적입니다. 이 책이 반도체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고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 기술 경쟁이 아니라 정책 전쟁 이 책이 보여주는 핵심 메시지 가운데 하나는 반도체 경쟁이 더 이상 기업 간 기술 개발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략이 충돌하는 정책 전쟁의 무대가 됐다는 점입니다. 각국 정부는 반도체를 경제·안보의 핵심 인프라로 인식하면서 산업 정책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오늘의 현실 역시 이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결국 칩을 둘러싼 경쟁은 기술전과 경제전, 그리고 안보전이 한꺼번에 얽힌 복합 패권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칩 워>는 이러한 흐름을 이해하기 위한 유효한 프레임을 제공하며, 반도체가 왜 지금 세계 정치·경제의 중심에 서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 산업의 역사인 동시에 새로운 미래의 안내서 이 책의 장점은 방대한 자료와 역사적 흐름을 흥미롭게 엮어낸 데 있습니다. 실리콘밸리가 만들어진 배경, 일본의 부상과 쇠퇴, 대만의 TSMC가 어떻게 세계 표준이 되었는지, 한국이 어떻게 메모리 강국으로 자리 잡았는지, 그리고 중국이 지금 어떤 속도로 추격하고 있는지까지 서사적으로 읽힙니다. 물론 아쉬움도 있습니다. 책이 2022년에 출간됐기 때문에 최근 AI 칩 전쟁, 미국의 2023·2024년 수출 통제 강화, 중국 SMIC의 급속 성능 개선 등 최신 흐름을 반영하기에는 시간차가 있습니다. 또한 서술의 관점이 다소 미국 중심적이라는 지적도 일정 부분 유효합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왜 지금 반도체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명확한 프레임을 제공합니다. 오늘날의 한국은 AI, 로봇, 전기차, 클라우드, 국방 등 모든 핵심 산업이 반도체 수요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변곡점에 서 있습니다. 결국 반도체는 기술이 아니라 지정학이며, 기업 전략도, 국가 전략도 칩을 기준으로 짜야 합니다. 다음 승자는 'AI 시대의 반도체'를 지배하는 국가와 기업입니다. GPU와 AI 전용 칩, 패키징, HBM, 설계 기술 확보가 국가경쟁력 그 자체가 됩니다. <칩 워>는 단지 반도체 산업의 과거를 정리하는 책이 아닙니다. 앞으로 세계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할 수 있는 구조적 지도를 제공하는 책입니다. AI 시대의 패권 경쟁을 이해하고 싶다면, 제조업의 미래나 기술 지정을 읽고 싶다면, 또는 한국 기업들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은 반드시 읽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 이나연 기자 / nayeon@mk.co.kr ]

[CEO인사이트] 칩 워: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

2025-11-24 09:56

"반도체는 산업의 부품이 아니라 세계 권력의 언어다."

크리스 밀러(Chris Miller)의를 읽고 난 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장입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반도체를 기술 산업의 한 분야, 혹은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을 움직이는 '부품'으로 바라봤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인식을 근본부터 바꿔놓습니다.

반도체는 이제 더 이상 산업의 한 축이 아닙니다.

국가의 힘, 경제의 지속성, 군사력의 정확성, 글로벌 패권의 향방을 결정하는 핵심 자원입니다.

◇ 반도체는 왜 '새로운 석유'인가

밀러는 반도체를 '지금 시대의 석유'라고 규정합니다.

전쟁을 비롯한 군사 기술부터 일상생활의 모든 디지털 장치까지, 칩 없이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AI 기반 무기 시스템, GPS 유도 미사일, 스마트 공장, 데이터센터, 자율주행차 모두 반도체 위에서 돌아갑니다.

그럼에도 전 세계 최첨단 제조 능력은 대만·한국·미국·네덜란드 등 극히 소수 국가에 집중돼 있습니다.

이 집중도는 기술적 효율성의 산물이자 동시에 글로벌 리스크의 뇌관입니다.

한 국가의 자연재해나 지정학적 분쟁이 곧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반도체는 오늘날 어느 자원보다 전략적입니다.

이 책이 반도체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고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 기술 경쟁이 아니라 정책 전쟁

이 책이 보여주는 핵심 메시지 가운데 하나는 반도체 경쟁이 더 이상 기업 간 기술 개발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략이 충돌하는 정책 전쟁의 무대가 됐다는 점입니다.

각국 정부는 반도체를 경제·안보의 핵심 인프라로 인식하면서 산업 정책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오늘의 현실 역시 이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결국 칩을 둘러싼 경쟁은 기술전과 경제전, 그리고 안보전이 한꺼번에 얽힌 복합 패권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칩 워>는 이러한 흐름을 이해하기 위한 유효한 프레임을 제공하며, 반도체가 왜 지금 세계 정치·경제의 중심에 서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 산업의 역사인 동시에 새로운 미래의 안내서

이 책의 장점은 방대한 자료와 역사적 흐름을 흥미롭게 엮어낸 데 있습니다.

실리콘밸리가 만들어진 배경, 일본의 부상과 쇠퇴, 대만의 TSMC가 어떻게 세계 표준이 되었는지, 한국이 어떻게 메모리 강국으로 자리 잡았는지, 그리고 중국이 지금 어떤 속도로 추격하고 있는지까지 서사적으로 읽힙니다.

물론 아쉬움도 있습니다.

책이 2022년에 출간됐기 때문에 최근 AI 칩 전쟁, 미국의 2023·2024년 수출 통제 강화, 중국 SMIC의 급속 성능 개선 등 최신 흐름을 반영하기에는 시간차가 있습니다.

또한 서술의 관점이 다소 미국 중심적이라는 지적도 일정 부분 유효합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왜 지금 반도체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명확한 프레임을 제공합니다.

오늘날의 한국은 AI, 로봇, 전기차, 클라우드, 국방 등 모든 핵심 산업이 반도체 수요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변곡점에 서 있습니다.

결국 반도체는 기술이 아니라 지정학이며, 기업 전략도, 국가 전략도 칩을 기준으로 짜야 합니다.

다음 승자는 'AI 시대의 반도체'를 지배하는 국가와 기업입니다.

GPU와 AI 전용 칩, 패키징, HBM, 설계 기술 확보가 국가경쟁력 그 자체가 됩니다.

<칩 워>는 단지 반도체 산업의 과거를 정리하는 책이 아닙니다.

앞으로 세계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할 수 있는 구조적 지도를 제공하는 책입니다.

AI 시대의 패권 경쟁을 이해하고 싶다면, 제조업의 미래나 기술 지정을 읽고 싶다면, 또는 한국 기업들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은 반드시 읽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 이나연 기자 / nayeon@m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