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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이상일 감독 “‘국보’, 재일 한국인 정체성 덕에 공감”	2025-11-18 10:02
([인터뷰①]에 이어) 이상일 감독은 영화 ‘국보’를 통해 가부키의 아름다움을 섬세하고 밀도 높게 그려냈다. 그러나 주연 배우를 가부키 전문 배우가 아닌 영화배우를 기용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감독은 “키쿠오 역의 요시자와 료는 1년 반 정도, 혣스케 역의 요코하마 류세이는 1년 2~3개월 정도 가부키 연습을 했다. 와타나베 켄도 4개월 이상, 다른 배우들도 4~5개월 정도는 연습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가부키 배우를 캐스팅할 생각은 안 했었다. 가부키 주제의 영화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초점을 맞출 것은 ‘가부키 배우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가부키 배우의 가족이나 거기에 목숨을 바치는 인간의 이야기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영화배우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악인’, ‘분노’에 이어 ‘국보’로 요시다 슈이치 작가와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 다시 한번 요시다 슈이치 작가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이유는 뭘까. “‘악인’을 찍은 이후에 제가 작가님께 ‘가부키의 온나가타에 관심이 있다.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했었어요. 성함을 밝힐 수 없지만, 전설적인 온나가타 배우가 계시는데 그분을 모델로 영화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때부터 작가님도 가부키나 온나가타에 대해 흥미를 가지더라고요. 그게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입니다. 제가 소재에 대해 생각을 하더라도 이야기까지 가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요시다 슈이치 작가님은 제 생각을 캐릭터로, 스토리로 성립시켜줍니다. 제가 쓴 글이 아니라도 작가님의 글을 보면 ‘내가 쓰고싶은 게 이런 글이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 생각과 싱크로되는 유일한 작가입니다.” 일본 전통극인 가부키를 소재로 하는 만큼 중국 전통극인 경극을 소재로 한 장국영 주연의 ‘패왕별희’(1993)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다. 이 감독은 “‘패왕별희’를 학창 시절 보고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아직도 마음속에는 크게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슷한 영화를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국보’를 만들고자 했을 때, 어떤 의미에서는 ‘패왕별희’가 뿌리가 됐을 수도 있다”고도 이야기했다. 작품을 들여다보면, 가부키 세계 외부에서 들어온 키쿠오와 가부키 명문가 당주의 아들 혣스케의 대립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혈통에 따른 계승과 재능이 부딪히는 장면들은 자연스레 재일 한국인 3세라는 이 감독의 배경을 떠오르게 한다. ‘내 뿌리는 한국’이라고 당당하게 밝혔던 이 감독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을까. 이 감독은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일본이다. 일본 문화의 영향을 자연스럽게 많이 받았다”면서도 “이 작품이 폐쇄적인 가부키 세계에 키쿠오가 외부로부터 들어가는 내용을 담는다. (재일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이) 이를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느낌이 있었다”고 긍정했다. 마지막으로 이 감독은 한국 영화계가 겪고 있는 침체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제가 영화를 시작했던 20대 즈음엔 한국 영화에는 강한 상승세가 있었어요.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이창동 감독님 등 보고 배워야 할 감독님들이 나오던 시기였습니다. 지금 그런 의미에서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요. 어떤 분야에서든 올라가고 떨어지는 시기라는 건 있잖아요. 지금은 한국 OTT 업계가 활발하죠. (한국 영화계가 가졌던) 힘이 지금은 OTT를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다시 영화로 돌아온다면 다시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뷰②] 이상일 감독 “‘국보’, 재일 한국인 정체성 덕에 공감”

2025-11-18 10:02

([인터뷰①]에 이어) 이상일 감독은 영화 ‘국보’를 통해 가부키의 아름다움을 섬세하고 밀도 높게 그려냈다. 그러나 주연 배우를 가부키 전문 배우가 아닌 영화배우를 기용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감독은 “키쿠오 역의 요시자와 료는 1년 반 정도, 혣스케 역의 요코하마 류세이는 1년 2~3개월 정도 가부키 연습을 했다. 와타나베 켄도 4개월 이상, 다른 배우들도 4~5개월 정도는 연습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가부키 배우를 캐스팅할 생각은 안 했었다. 가부키 주제의 영화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초점을 맞출 것은 ‘가부키 배우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가부키 배우의 가족이나 거기에 목숨을 바치는 인간의 이야기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영화배우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악인’, ‘분노’에 이어 ‘국보’로 요시다 슈이치 작가와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 다시 한번 요시다 슈이치 작가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이유는 뭘까.
“‘악인’을 찍은 이후에 제가 작가님께 ‘가부키의 온나가타에 관심이 있다.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했었어요. 성함을 밝힐 수 없지만, 전설적인 온나가타 배우가 계시는데 그분을 모델로 영화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때부터 작가님도 가부키나 온나가타에 대해 흥미를 가지더라고요. 그게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입니다. 제가 소재에 대해 생각을 하더라도 이야기까지 가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요시다 슈이치 작가님은 제 생각을 캐릭터로, 스토리로 성립시켜줍니다. 제가 쓴 글이 아니라도 작가님의 글을 보면 ‘내가 쓰고싶은 게 이런 글이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 생각과 싱크로되는 유일한 작가입니다.”
일본 전통극인 가부키를 소재로 하는 만큼 중국 전통극인 경극을 소재로 한 장국영 주연의 ‘패왕별희’(1993)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다. 이 감독은 “‘패왕별희’를 학창 시절 보고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아직도 마음속에는 크게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슷한 영화를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국보’를 만들고자 했을 때, 어떤 의미에서는 ‘패왕별희’가 뿌리가 됐을 수도 있다”고도 이야기했다.

작품을 들여다보면, 가부키 세계 외부에서 들어온 키쿠오와 가부키 명문가 당주의 아들 혣스케의 대립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혈통에 따른 계승과 재능이 부딪히는 장면들은 자연스레 재일 한국인 3세라는 이 감독의 배경을 떠오르게 한다.
‘내 뿌리는 한국’이라고 당당하게 밝혔던 이 감독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을까. 이 감독은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일본이다. 일본 문화의 영향을 자연스럽게 많이 받았다”면서도 “이 작품이 폐쇄적인 가부키 세계에 키쿠오가 외부로부터 들어가는 내용을 담는다. (재일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이) 이를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느낌이 있었다”고 긍정했다.
마지막으로 이 감독은 한국 영화계가 겪고 있는 침체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제가 영화를 시작했던 20대 즈음엔 한국 영화에는 강한 상승세가 있었어요.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이창동 감독님 등 보고 배워야 할 감독님들이 나오던 시기였습니다. 지금 그런 의미에서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요. 어떤 분야에서든 올라가고 떨어지는 시기라는 건 있잖아요. 지금은 한국 OTT 업계가 활발하죠. (한국 영화계가 가졌던) 힘이 지금은 OTT를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다시 영화로 돌아온다면 다시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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